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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1세기가 간절히 원하는 건 부드러움
2014/02/17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5,133




지난해 11월 미국 유니언 신학대의 현경(58) 교수는 테드 토크(TED Talk)에 나갔다. 그날 우연히 만난 발표팀이 눈길을 끌었다.

남성 발표자 2명이 지구촌을 돌며 창조적 성향이 강한 기업을 조사한 내용이었다. 그런 회사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기독교 신학자이면서 ‘세계종교간 동시통역사’를 자처하는 현경 교수를 사로잡은 건 ‘여성적 리더십의 재발견’이었다.

  잠시 한국을 찾은 현경 교수를 만났다. 현경 교수는 “‘여성적 캐릭터’의 힘을 새삼 느꼈다. 여성적 캐릭터에 근거한 회사들이 가장 창조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2』란 책을 썼다.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과 창조적 기업의 여성적 캐릭터는 서로 통했다.

 -창조와 여성, 어떻게 연결되나.

 “예전의 기업 문화는 남성적 캐릭터가 지배했다. 지배와 종속, 상명하복이다. 보스가 하라면 했다.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거다. 그때는 힘으로 컨트롤했다. 피라미드식이다. 창조적 기업에서는 피라미드가 원탁으로 바뀐다. 여성적 캐릭터는 원탁이다.”

 -원탁의 의미는.

 “조직원들이 빙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거다.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를 갖는다. 거기서 소통이 이뤄진다. 이게 가장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더라는 거다. 이 사람들의 연구가 그걸 증명하더라.”

 현경 교수는 그걸 ‘21세기 리더십’이라고 불렀다. 리더십의 핵심은 “힘은 힘인데 영감을 주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을 억압하고, 자기 밑에 종속시키는 힘은 더 이상 창조적 리더십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영감을 주는 힘. 좀 더 설명해 달라.

 “그건 상대방을 매혹하는 힘이다. ‘와우!’라는 감탄사를 터트리게 하는 파워다. 상대방 안에서 에너지가 분출되게 하는 리더십이다. 이건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하기 어렵다. 그런 창조력을 낼 수 있는 팀 분위기 속에서 같이 만들어 가는 거다. 프랑스 파리4대학과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는 요즘 ‘연약함의 힘(Power of Vulnerability)’이 이슈다.”

 -연약함에도 힘이 있나.

 “물론이다. 부드러움, 상처받기 쉬움, 유연함에도 힘이 있다. 동양의 도교에선 그걸 물의 힘에 비유한다. 그게 우리를 구원할 ‘아름다움’이다. 아름답다는 게 뭔가.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다. 플라톤 시절에도 이걸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동양도 마찬가지다. 나는 신학자다. 신학자의 눈으로 세계 종교를 보면 신적인 여성성이 일어서고 있는 게 보인다.”

 현경 교수는 칼 야스퍼스가 제기했던 ‘축의 시대(Axial age)’를 거론했다. “첫 번째 축의 시대에 예수와 붓다, 소크라테스와 공자가 나왔다. 그때는 개인과 지역이 중심이었다. 예수는 예루살렘과 갈릴리 지역, 붓다는 인도의 카필라 성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이젠 21세기다. 두 번째 축의 시대가 왔다.”

 -두 번째 축의 시대는 무엇이 다른가.

 “더 이상 개인과 지역 중심이 아니다. 이제는 집단적이고 글로벌하게 전개된다. 동양식으로 말하면 지금까진 양의 힘이었다. 이제부터는 음의 힘이다. 그래서 균형을 잡는다. 구약성경에도 하나님의 속성을 말하며 여성의 젖가슴과 자궁을 거론했다. 이슬람은 하나님의 속성 중 하나를 ‘자비(Compassion)’라고 본다. 그 말의 어원이 ‘어머니의 자궁’이다. 신의 속성에는 그런 여성성이 있다. 21세기 리더십을 찾는다면 그걸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현경 교수는 남자에게도 여성성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걸 찾을 때 남자도 내면찾기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남자가 왜 울어? 넌 남자야. 넌 강해야 돼’라며 자기 안의 ‘연약함’을 죽였다. 이제는 남자도 ‘연약함의 힘’을 찾아야 한다. 21세기 리더십은 그걸 필요로 한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현경 교수=미국 뉴욕의 유니언 신학대는 진보적 학풍으로 유명하다. 1996년 아시아 여성으로선 최초로 이 대학의 종신교수가 됐다. 이화여대와 동대학원 졸업. 유니언 신학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히말라야 수도원에서 1년간 지냈고, 이슬람 17개국을 돌며 200여 명의 여성과 평화운동가를 만나기도 했다. 저서로 『미래에서 온 편지』『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등이 있다.

_ 중앙일보 기사
출처 :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2/14/13480151.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