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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사랑은, 아름다운 비극
2014/03/28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6,576



사랑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인류의 오랜 화두이자 앞으로도 지속될 이 물음에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랑을 통해 인간은 한층 성숙해진다. 비록 그 찰나의 행복이 억겁의 고통으로 남을 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수 없는 여자\'라 부른 어밀리어 에번스도 그랬다. 사팔뜨기인데다 남자를 능가하는 큰 키와 힘을 가진 그녀의 외모는 이러한 인식을 심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녀는 마빈 메이시와 결혼했지만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일주일 만에 이혼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녀는 볼품 없는 꼽추 라이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사랑의 감정 앞에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카페를 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마을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행복한 그들 앞에 마빈이 등장하면서 처절한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책은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저자가 1951년 발표한 소설이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고 영화화되기도 했다. 저자는 조지아 주의 작은 마을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때 이 황량한 마을의 \'따뜻한 중심\' 이었던 카페는 이제 완전히 퇴락하여 사랑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물이 되었을 뿐이다. 마을 사람들이 고된 노동과 삶의 무게를 잊고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쁨도 사랑이 떠남과 동시에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저자는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마음의 문을 닫은 어밀리어를 통해 격렬한 사랑의 끝에 찾아오는 외로움을 말한다. \'사랑은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며, 결국 고통을 수반하고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임을 절제된 문장으로 매끄럽게 펼쳐낸다.

책을 번역한 故 장영희 교수가 \'그로테스크(grotesque)\'하다고 표현했듯, 사랑에 고통받는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조화롭지 못하다. 그러나 저자는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신장에서 나온 돌로 장식한 시곗줄을 선물하거나 콜라 병에 꽂아놓은 백합처럼 등장인물의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사랑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5쪽)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도 격렬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의 가치는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그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다. \'신 외에는 누구도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감히 판단할 수 없고, 아무도 그 어떤 사랑의 마지막 판관이 될 수 없다.\' 사랑할 수 없는 여자, 사랑받을 수 없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는 슬프기에, 그래서 더 아름다운 비극이다. 성지현 기자

_대전일보 기사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110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