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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가격 : 14,000원
작가 : 류시화
페이지 : 268p
발행일 : 2015-09-17
ISBN : 978-89-7063-946-8
책소개

설명이 필요 없는 책
입소문으로 50만 부 판매된, 18년간의 스테디셀러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이지만 수많은 붓다를 탄생시키고 삼장법사에서 히피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길을 추구하는 다양한 사람을 끌어당긴 영적인 자기장, 궁극의 여행을 권유하는 나라가 인도이다. 삶의 근원적인 의문에 사로잡힐 때 당신은 어디로 여행을 떠날 것인가?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며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인도로 떠난 시인이 경험한 엉뚱하고, 기발하고, 웃음 넘치는 일화들. 장발을 한 고독한 여행자가 히말라야의 동굴과 갠지스강과 드넓은 평원에서 맞닥뜨린 뜻밖의 스승들과 감동의 울림……. 시인의 눈과 마음으로 다가간 세상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를 일깨운다. 책을 덮고도, 몇 년이 지나도 울려 오는 여운이 있다. 인도를 보여 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여행해야 할 신비

세계와 나 사이에는 벽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행이 주는 선물이 그것이다. 초판 출간 후 18년 만에 내는 이번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는 \"우리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기 위해서다.\"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말한다. \"나 역시 시인으로서, 내가 본 아름다운 세상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나를 감동시키고, 내 영혼을 성장시켜 준 만남들에 대해. 나로 하여금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경험에 대해. 그것이 내 글의 지향성이다.\"
여행을 통한 편견의 강화가 아니라 여행을 통한 편견 깨기인 것이다. 사람에 대해서도 여행에 있어서도 그것은 중요한 기준이다. 이 책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재미있는 여행기로 끝나지 않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과 만나고 사람과 만난 기록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감성과 열린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인도 여행 붐을 촉발시킨 여행기
해마다 인도를 여행하는 시인이 쓴 웃음과 교훈 넘치는 경험담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문제투성이인 인도 사회, 그 겉만 보는 사람은 눈치 챌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유머와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묘사한, 한 편 한 편 주옥같은 글들이 실려 있다. 표면적인 여행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근본적인 선함을 꿰뚫는 여행이다. 인도를 다룬 책에는 때로 여행의 가혹함만 과장한 것이 있지만, 이 책은 고생담을 나열하지 않고 자신의 관념과 어리석음을 깨는 만남들과 정신적 문턱을 넘는 체험들을 전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 유머와 감동 넘치는 류시화 시인의 인도 여행기는 일본, 프랑스, 중국, 대만에서 번역되었으며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번역 중이다.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는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 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여행자를 위한 서시




한 여행자가 인도에서 기차를 탔는데 검표원이 표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 외국 여행자는 바지 주머니를 뒤지고 배낭을 뒤졌지만 끝내 표를 찾을 수 없었다. 당황한 그가 허둥대자 검표원이 충고했다.
“사람들은 대개 웃옷 안주머니에 표를 넣어 두는데, 당신은 왜 그곳을 확인하지 않소?”
그러자 여행자가 말했다.
“그곳은 안 됩니다. 만약 그곳을 확인했는데 표가 없으면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25년 전 내가 처음 인도를 향해 떠날 무렵, 삶의 진리에 목마른 많은 이들이 동서양에서 인도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기존의 종교와 철학이 주지 못하는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명상 센터를 찾고 구루들에게 입문했다. 나 역시 라즈니쉬(후에 ‘오쇼’로 개명)라는 스승을 만나러 새벽 1시 뭄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뭄바이에서 기차로 다섯 시간 거리의 푸나 시에 위치한 명상 센터는 전 세계에서 온 구도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우리는 매일 스승의 강의를 듣고, 명상을 배우고, 다른 영적 스승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어느 날 나는 독일인 친구로부터 뭄바이 외곽에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혼자 그곳으로 향했다. 많은 심각한 질문들을 마음에 품고서. 그런데 막상 만나 보니 그는 친절하고 연민심 많은 스승이긴 했지만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고, 나는 힌디어 초보자였다. 통역해 줄 이도 마땅히 없었다. 결국 질문은 호주머니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그가 인도인 제자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꾸벅꾸벅 조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푸나로 돌아가지 않고 그 마을에서 며칠을 머물렀는데, 스승인 그 노인보다 명상 센터의 꽉 짜인 프로그램에서 해방되어 물소들이 어슬렁거리는 한적한 시골을 하릴없이 거니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공작새 눈을 한 아이들을 열렬한 추종자로 거느리고서. 그렇게 오전엔 산책을 즐기고 오후엔 다르샨(스승과의 친견)에 참석해 마냥 졸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명상 센터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나는 배낭을 메고 마지막으로 그 스승을 찾아갔다. 내가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는 자기 앞 탁자 위에 놓인 박하사탕 몇 개를 집어 내게 주며 영어로 말했다.
“Be happy(행복하라)!”
인생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심오한 진리를 찾는 나에게 그 말은 그저 다정한 조언이었고, 나는 한 노인의 덕담이라 여기고서 그곳을 떠났다. 나보다 더 서운해하는 아이들과 열렬히 손을 흔들어 작별하며.
그 후 나는 매년 인도를 여행하고 많은 구루들, 사두들, 승려들, 판디트(학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들의 말과 가르침이, 인간이 발견해 온 모든 형이상학적인 해답들이 그 한마디로 회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에 있든 행복하라!”
어느 곳을 여행하고, 어떤 추구를 하고, 누구와 함께하든 중요한 것은 ‘나는 행복한가?’였다. 그리고 그 행복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내 마음 구석구석을 밝게 비추는 행복이어야 했다. 그런 행복을 인도인들은 ‘지복(아난드. 신이 준 축복)’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행복은 마음의 자유에서 온다. 여행길마다에서 나는 자문한다. ‘나는 행복한가? 진정 자유로운가? 행복의 기차표는 내 가슴 안쪽에 간직되어 있는가?’
지금 첫 인도 여행기의 개정판을 내며 스스로 던지는 질문도 그것이다. 표 없이 기차를 타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더구나 인도의 기차는 대부분 수십 시간이 넘는 장거리 여행이며, 검표원은 눈이 매섭다. ‘행복’이라는 표가 없으면 여행을 망칠 것이다.

(중략)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는 이렇게 말했다. “묘사를 한 들판은 실제 초록빛보다 더 푸르러야 한다. 자신이 여행한 나라를 묘사할 때는 실제 풍경보다 더 아름다워야 한다.” 나 역시 시인으로서, 내가 본 아름다운 세상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나를 감동시키고, 내 영혼을 성장시켜 준 만남들에 대해. 나로 하여금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준 경험에 대해. 그것이 내 글의 지향성이다.
당신이 체험하는 인도는 이 인도와는 다를지 모른다. 여행의 지도는 저마다 다르다. 따라서 여행자 각각의 인도가 존재한다. 사람들 각각의 세상이 존재하듯이. 그리고 그 각각의 세상이 모두 변함없이 매력적이고 도전적인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도에 가면 생사관이 바뀐다는 말은 진실이다. 그래서 ‘너는 무엇을 배웠으며, 인생관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여행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것이다.
인도를 여행하고 온 사람들은 처음 인도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충고를 한다. ‘조심해야 할 것’의 긴 목록이 나열된다. 물을 조심하고, 게스트하우스와 라시 가게의 망고 라시를 조심하고, 인도 남자들을 조심하고, 기차역 앞의 릭샤꾼들을 조심하라. 범죄와 강도가 판치는 위험한 나라인 것이다. 나 역시 ‘조심하라’고 자주 조언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관념과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진정한 여행은 이질적인 마주침과 신체적 변이를 경험하고 하나의 문턱을 넘는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고미숙 인문학자가 말했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려고 준비하는 영혼에게 당신은 어떤 조언을 할 것인가? 이 세상에 대해 어떤 이야기와 경험을 들려줄 것인가? 물론 당신은 그 초보 영혼을 위해 지구 행성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밤새도록 이야기할 것이다. 어쩌면 이 고통스럽고 위험한 세상에 태어나지 말라고 말릴지도 모른다. 또한 물론, 당신은 이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이 많으며, 아름다운 사람들이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주지 않겠는가?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에 따라 세상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이라는 진리도. 이 세상으로의 여행은 신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도.
이 여행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만났는가? 그 여정은 얼마나 아름다웠는가? 그리고 나 자신은 타인에게 아름다운 사람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모든 여행을 마쳤을 때 말해야 할 것은 그것이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그러한 나의 이야기이다.
인도의 거리에서 만난다면 짜이 한 잔 나누게 되기를.
-저자가 쓴 개정판 서문 중에서


추천사

인간의 영혼적인 행위를 위해 류시화가 해 오고 있는 작업은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궁극에서는 사랑의 세상을 이룩하고자 하는 우리들 모두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이상한 일은, 그가 스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그를 기다리고 있고 스승이 그를 찾아낸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히말라야 북쪽이건 그 남쪽이건 한결같다. “그렇습니다. 우린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서둘러 어딘가로 가려고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이런 힌두인의 말을 들은 류시화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고은(시인)

마음이 답답할 때 아무 데나 펼쳐 놓고 읽어도 위안이 되는 책들이 있다. 이렇게 틀에 박힌 일상생활로부터 훌쩍 빠져나가기 위한 읽을거리로 가까이 두고 있는 책 중에 류시화의 책들도 포함돼 있다. 그의 책들로부터 받은 위안은 단순히 기분 전환 이상의 것이다. 홀로 천천히 숲을 거닐 때처럼 잡념이 사라지고 생각이 단순해진다.
-박완서(소설가)

사월의 어느 밤, 별 사이로 헤엄치는 혜성의 신비한 꼬리를 지켜보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어 가던 나는 끝내 혜성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 젊은 시절 류시화의 삶과 사랑과 지혜에 대한 갈증과 꿈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 여행기에는 오늘날 인도에 사는 모든 산과 강과 개와 성자들의 이야기가 봄밤의 별자리처럼 새록새록 새겨져 있다. 책을 덮고, 언젠가 바라나시의 갠지스 식당에 들러 자신의 다리뼈로 만든 피리를 불어 주는 노인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가슴속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커다란 혜성의 꼬리가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곽재구(시인)



책 속으로


내가 금액을 묻자 차루는 또 손을 흔들며 허풍을 떨었다.
“돈은 주고 싶은 대로 주세요. 전 아무 문제없습니다.”
내가 일부러 정색을 하면서, 그럼 1루피(30원)만 줘도 되겠느냐고 묻자 차루는 외쳤다.
“노 프라블럼!”
그러면서 차루는 당당하게 덧붙였다. 1루피만 줘서 내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자기의 친구이니까, 자기한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만의 행복이 아니라 돈을 준 내 자신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달라고 했다.
영리한 차루, 얄미운 차루, 못난 차루……. 첸나이를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차루의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생을 살면서도 “노 프라블럼!”을 외치며, 뿌웅뿌웅 고무나팔을 울리며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차루!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집착과 소유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내게 그는 잊지 못할 훌륭한 스승이었다.
--- 「30쪽 빈자의 행복」중에서

나는 부서지기 직전인 나무 침대에 누워 천장에 뚫린 큼지막한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구멍으로 별들이 유성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우주 전체가 쿠리 마을과 바니안나무와 5루피를 떼어먹은 노인의 집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진 게 없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의 토담집 위로 별똥별이 하나둘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 내렸다. 지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역시 저 하늘 호수로부터 먼 여행을 떠나온 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 별을 구경할 수 있는 구멍 뚫린 방이 나는 너무 좋았다.
--- 「43쪽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중에서

“그대에게 세 가지 만트라를 전수시켜 주기 위해서 왔다. 이 세 가지 만트라를 기억한다면 그대는 다른 누구도 스승으로 섬길 필요가 없다. 그대의 가장 완벽한 스승은 그대 자신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요기는 차창 너머로 손을 뻗어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세 개의 만트라를 전했다.
“첫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 「61쪽 세 가지 만트라」중에서

“난 이미 그대에게 일깨워 주었어. 그대가 못 알아들었을 뿐이지. 다시 한 번 날 잘 보게. 내 몸에 무엇이 감겨져 있나? 밧줄이 나를 묶고 있지. 내가 말해 줄 건 그것뿐이야. 그리고 이 밧줄은 내 스스로 감은 것이야.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 자신임을 잊지 말게. 그대만이 그대를 구속할 수 있고 또 그대만이 그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 「85쪽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중에서

그 무렵 나는 누군가가 필요했었다. 별일 없이 잘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기에 아무도 내 마음의 구석진 다락방을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그 다락방 속에서 나는 무척 외롭고 사람이 그리웠었다. 그날 버스 지붕 위에서 만난 인도인들, 그들이 그 그리움을 구석구석 채워 주었다.
--- 「101쪽 누구나 둥근 하늘 밑에 산다」중에서

“여기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마구 화를 내든지,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을 평화롭게 갖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왜 어리석게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쪽을 택하겠습니까?”
--- 「118쪽 영혼의 푸른 버스」중에서

고독한 여인의 영혼! 고독하기 때문에 근접할 수 없고, 신비감과 허무감이 교차하는 한 영혼이 릴루에 대한 나의 오랜 기억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 기억은 더 뚜렷해져서 릴루가 더욱 고독하고 신비하게만 다가온다.
릴루는 잘 있을까? 그녀는 정말로 강고트리의 그 성자를 만나러 떠났을까?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자기 안에서 찾아냈을까?
--- 「157쪽 인생」중에서

개는 아예 내 옆에 와서 벌렁 누웠다. 배가 고팠던 것이 아니라 외로웠던 모양이다. 친구가 필요한 개였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서로를 가깝게 해 주는 것은 고독감인지도 모른다. 손을 뻗어 목을 쓰다듬자 개는 편안히 내게 몸을 맡겼다.
그날, 새벽의 질투 어린 여신이 미명을 몰고 와 별들을 몰아갈 때까지 나는 바다바그의 오아시스에 누워 별들을 구경하고 또 구경했다. 내 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별들을 바라본 시간이었다. 별들은 마치 생의 비밀을 간직한 암호들 같아서, 그 암호의 세계로 들어서기만 하면 무엇인가가 내 영혼을 가득 채울 것만 같았다. 그 세계에선 누구도 고독하지 않고, 누구도 상실감으로 고통받지 않으리라.
새벽 2시에 느꼈던 영혼의 상실감은 사막 위에 뜬 별들로 인해 어느덧 치유되었다. 세상 전체가 나의 집이었다. 별들은 인간이 만든 성벽과 궁전과 온갖 장신구들보다 영원하고 아름다웠다. 늙은 개는 나와 함께 별을 응시하다가 내 옆에서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 「169쪽 새벽 두 시에 잃어버린 것」중에서

그날 나는 오후가 지나서야 무사히 타고르 하우스에 도착했다. 더 많은 인도인들의 더 많은 질문에 답하고 나서야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타고르가 『기탄잘리』에 쓴 시의 주인공이 곧 나 자신이었다.
“내 여행의 시간은 길고 또 그 길은 멉니다. 나는 태양의 첫 햇살을 수레로 타고 출발하여 수많은 별들에 자취를 남기며 세계의 황야로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먼 길이며, 그 시련은 가장 단순한 곡조를 따라가는 가장 복잡한 것입니다. 여행자는 자신의 문에 이르기 위해 모든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지막 가장 깊은 성소에 다다르기 위해 온갖 바깥 세계를 방황해야 합니다.
--- 「188쪽 타고르 하우스 가는 길」중에서

그렇게 일주일을 바라나시에 있는 동안, 나는 매일 저녁 그 이상한 여인숙 주인에게서 그 질문을 들어야만 했다.
“그래, 오늘은 뭘 배웠소?”
그러다 보니 차츰 나도 세뇌가 되었다. 그래서 일주일쯤 지났을 때는 여인숙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오늘은 내가 뭘 배웠지?”
그것은 바라나시를 떠나 인도의 다른 도시들로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딜 가든지 저녁에 숙소로 돌아올 때면 그것을 내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알고 보니 그 여인숙 주인은 좋은 스승이었다.
--- 「204쪽 오늘은 뭘 배웠지?」중에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다시는 오지 않겠다며 떠나지만 1년도 안 되어 다시 찾게 되는 나라! 자신과 다른 이들을 개선하고자 나라를 떠나는 자는 철학자이지만, 호기심이라 불리는 무목의 충동에 의해 이 나라 저 나라를 찾는 자는 방랑자에 불과하다고 로렌스 고울드는 말했다. 나는 그런 방랑자가 되고자 노력했다. 인더스 강가에서 탁발승들이 오네시크리토스에게 반문했듯이, ‘타인이 누구인가를 묻기 전에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반문해 보는 장소가 나에게는 다름 아닌 인도였다.
--- 「235쪽 굿모닝 인디아」중에서

뭄바이에 사는 깨달은 스승 U. G.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나기 위해 릭샤를 타고 갈 때였다. 속도를 줄이라는 내 거듭된 충고에도 불구하고 운전사는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결국 릭샤가 전복되고 말았다. 마침 길가 진흙밭으로 떨어져서 목숨을 건졌지만 나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운전사에게 다가가 죽을 뻔했지 않느냐고 소리를 지르자 운전사는 오히려 화내는 나를 나무랐다.
“죽을 뻔했을 뿐이지, 죽지 않았는데 왜 화를 내는 거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갖고 분노의 감정으로 쓸데없이 자신을 괴롭히지 마시오.”
--- 「240쪽 안 죽었지 않은가」중에서

“당신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난 당신이 그것들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기 바란다. 자신의 소유물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어떻게 종교적인 나라를 여행한다고 할 수 있는가?”
소매치기가 분명한, 눈이 희번뜩한 중년 남자는 내가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배낭을 꼭 부둥켜안고 있자 사뭇 훈계조로 말했다. 알라하바드로 가는 복잡한 삼등칸 열차 안에서의 일이다. 그래도 내가 긴장을 풀지 않자 그는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물었다.
“도대체 그 배낭 속엔 무엇이 들었지?”
--- 「253쪽 소매기치의 설법」중에서

“우리 모두 노 프라블럼인데 왜 너만 문제인가? 우리는 즐겁고 신나게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명상 센터에 왔다. 어떤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봐라, 너 혼자만 심각해서 결국 네가 가장 진도가 늦지 않은가. 우리는 웃고 장난치면서도 두 배의 일을 하고 있다.”
--- 「263쪽 노 프라블럼 명상법」중에서
저자소개

류시화
류시화

류시화는 195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 재학중인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여행과 명상을 통한 자기 탐구의 길을 걸었다. 등단 10년 후인 1991년 첫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발표했고, 5년 뒤인 1996년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다시 15년 후 제3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을 발표했다. 2015년 대표 시선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출간했다.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엮었으며 하이쿠 모음집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와 『바쇼 하이쿠 선집』을 출간했다. 두 권의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 『지구별 여행자』가 있고, 인디언 연설문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출간했다. 25년 넘게 매년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며 『성자가 된 청소부』 『티벳 사자의 서』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조화로운 삶』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인생수업』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마음에 대해 무닌드라에게 물어보라』 등의 명상 서적을 번역 소개해 오고 있다.

목차

여행자를 위한 서시
어디에 있든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개정판을 내며

빈자의 행복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480원어치의 축복
어느 문명인의 실종
세 가지 만트라
아름다운 도둑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코코넛 열 개
음악회장에서
누구나 둥근 하늘 밑에 산다
성자와 나비

영혼의 푸른 버스
갠지스 식당
피리 부는 노인
바보와 현자
오렌지 세 알
인생
구두가 없어도 인도에 갈 수 있다
새벽 두 시에 잃어버린 것
개와 함께한 여행
화장지와 기차와 행복
타고르 하우스 가는 길
기차는 떠나고
미스터 싱
오늘은 뭘 배웠지?
우리 집에 갑시다
전생에 나는 인도에서 살았다
빈 배
나마스카
굿모닝 인디아

인디아 어록 1 / 눈에 눈물이 없으면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
인디아 어록 2 / 크게 포기하면 크게 얻는다
인디아 어록 3 / 노 프라블럼 명상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