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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산다는 건, 빈 의자 하나 남기는 것
2014/03/24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6,264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물의 나라, 불의 나라···. 이 소설까지는 얼른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월이 좀 흘렀으니까요. 그러나 \'은교\', \'소금\'에 이르면 소설가 박범신이 떠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힐링\'은 박범신의 잔잔한 에세이 집입니다. 일반적인 산문의 형태보다는 편하게 읽으면서 사색의 창을 열도록 길지 않은 사유의 글과 사진이 중심입니다.

1946년생이니 작가의 나이 68세입니다.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그가 태어난 고향에 머물면서 사랑하는 아내와의 조촐하고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잘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털어 놓습니다. 글들은 대부분 많은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만큼 유명 작가인 그가 인터넷을 통해 아픈 청춘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짧은 글들이 다듬어졌습니다.

얼마 전 서울의 부유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식당 배달원들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막았다는 소문이 인터넷으로 알려져 사람들의 마음을 참담하게 했습니다. 함께 사회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야박한 인심에 비난도 쏟아졌습니다. 전화 한 통화면 맛있는 음식을 코앞까지 불러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은 궂은일을 묵묵히 감당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구 전문가들 중에는 우리나라가 지금의 낮은 출산율을 유지할 경우 3백 년 후 인구감소로 나라 자체가 소멸하는 지구상의 첫 번 째가 될 것이라고까지 경고합니다. 이런 야박한 인심도 저출산 문화를 조장하는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살기 팍팍해 지는 것을 뜻하니까요.

엉뚱하게 아파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빈 의자 하나 남기면 되지! 살고 죽는 게 원래 그렇다"는 화두를 보자마자 그 생각이 불쑥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초로의 어른이 청춘들을 다독이며 하는 말들은 대부분 희망, 열정, 비우기, 인내하기, 그리고 사랑하기입니다.

 "쓸쓸함도 내 것이라 여기면 정답고 서러움도 내 본질이라 여기면 그 안 어딘가에 환한 빛이 있다. 울지 않으니 화내지 않으니 말하지 않으니 네가 아픈거야. 인생이라고 뭐 다르겠어. 언덕 있으면 넘어가고 산 막히면 돌아가야지. 이른 봄 쑥처럼 봄이 아닌데 봄인 줄 착각하고 푼수 없이 쑥 나온 게 얼마나 많았겠어…사랑하는 사람과 더 오래 함께 하는 의무를 드높일 때 행복이 가까워져."(\'힐링\'中)

◇힐링=박범신 지음. 열림원 펴냄. 400쪽. 1만7500원.

_머니투데이 기사
출처: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31917202585318&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