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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동아일보 [문학 예술]힐링멘토 꾸뻬 씨의 ‘사랑 처방전’
2013/07/15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2,575



동아일보

 

◇꾸뻬 씨의 사랑여행/프랑수아 를로르 지음/이재형 옮김/295쪽·1만3500원/열림원


사랑은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인 동시에 참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불행의 원인이다. 원하는 만큼 상대를 계속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랑의 묘약’을 마신 꾸뻬 씨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 있을까. 열림원 제공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출간되기까지 무려 16주 동안 국내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지켰던 ‘꾸뻬 씨의 인생여행’의 후속작이다. ‘꾸뻬 씨의 인생여행’은 3월 TV 토크쇼에 출연한 탤런트 이보영의 추천 도서로 꼽힌 뒤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간 ‘꾸뻬 씨의 ○○여행’ 시리즈를 통해 행복, 인생, 우정, 시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현대인의 힐링멘토 꾸뻬 씨의 이번 목적지는 사랑. 전작들에서 삶을 헤쳐 나갈 지혜와 용기를 구한 독자라면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인 동시에 가장 고통스러운 불행의 원인인 사랑에 대한 진리로 빼곡한 꾸뻬 씨의 수첩에 눈길이 안 갈 수 없다.

정신과 의사 꾸뻬 씨. 연인 클라라와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쯤 ‘원하는 동안 상대를 계속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을 개발하다 종적을 감춘 코르모랑 교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어렵게 캄보디아까지 가서 코르모랑 교수에게서 건네받은 ‘사랑의 묘약’을 먹고 캄보디아 여성 바일라와 사랑에 빠진다. 클라라에게 돌아가야 할지, 바일라와 계속 함께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사랑에 대한 단상을 ‘작은 꽃봉오리’라는 이름으로 수첩에 차곡차곡 채워 나간다.

모두 스물일곱 송이인 꾸뻬 씨의 ‘꽃봉오리’는 향기롭고 낭만적이다가(‘사랑, 그것은 상대를 보는 순간 미소 짓는 것이다’) 날카로운 가시로 변해 독자들의 심장을 찌른다(‘사랑, 그것은 꿈꿀 줄 아는 것, 그러고 나서 꿈꾸기를 중단할 줄 아는 것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꾸뻬 씨의 이번 여정도 이 꽃봉오리를 틔워내기 위한 배경 역할에 머무른다. 따라서 이야기 자체의 묵직한 힘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프랑스-캄보디아-중국을 넘나드는 꾸뻬 씨의 여정에 동참하게 만드는 힘은 꾸뻬 씨가 정신과학자의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평범한 우리 목소리의 대변자이기 때문이다.

“(실연의 아픔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인) 결핍은 또한 최고조의 고통에 도달, 그 강력한 힘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오늘 밤까지 어떻게 견디지?’ ‘내일까지는 어떻게?’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어떻게 견디지?’ 등등. 결핍은 또한 다른 사람과 유쾌한 시간을 가질 때조차 사회적 부재의 순간을 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결핍 상태를 너그러운 친구 혹은 전문가에게 털어놓는 걸로 위안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133쪽)

시리즈 신작의 미덕은 이런 고뇌를 단숨에 해결해줄 ‘사랑의 묘약’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르모랑 교수가 옥시토신과 도파민 성분을 혼합한 약으로 질병과도 같은 사랑의 어두운 면을 없애려 하지만 꾸뻬 씨는 “사랑은 복잡하고 괴로운 것이고 온갖 불행의 원천”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사랑, 그것은 곧 자유다!”(284쪽)라며 이 약을 급류 속에 내던진다. 그리고 사랑의 어두운 면은 밝은 면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꾸뻬 씨의 여정에 함께한 독자라면 스물일곱 송이의 꽃봉오리로 엮은 꽃다발을 손에 들게 된 셈이다. 꽃다발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그대, ‘사랑이 어렵고 복잡하다’고 불평하며 그렇게 엉거주춤 서 있기만 할 텐가?”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30713/56431671/1?re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