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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서평
<서평> - 시골역
2009-02-23
작성자 : mcgay
조금 먼 옛날, 1865년에, 개울이 흐르는 평화롭고 작은 골짜기가 있었어요. 산꼭대기에는 줄지어 핀 백합꽃 뒤로 아주 작은 마을이 숨어 있었지요. 들에는 농장 몇 채가 띄엄띄엄 흩어져 있고, 언덕 위에는 풍차 방앗간이 솟아 있는 이 마을은 바람 많은 밀농사 지역이었어요.
시간은 그렇게 유유히 평화롭게 흘러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 골짜기 마을에 기찻길이 놓이게 되었어요.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앞으로 기차가 들어오는 것을 걱정했지요. 시끄러운 기차 소리에 겁먹은 소가 우유를 내지 못하면 어떡할까, 시커먼 기차 연기가 거위치기 소녀들과 양치기 소년들의 목구멍으로 들어가면 어떡할까 걱정이 되어서요. 곧 공사가 시작되었고, 철도 건널목 때문에 길도 끊어졌고, 다리도 놓아서 철길을 잇기도 했지요. 작은 역도 지었어요. 빨간 벽돌로 지은 2층 건물에 둥근 벽시계가 걸리고, 작은 승강장이 놓이고, 멋진 역장님이 호루라기를 불고, 여름이면 접시꽃이 만발하는 그런 역이지요. 기차가 처음 들어오던 날, 마을 사람들은 꼭두새벽부터 구경하려고 기차역에 모여서 즐거워했답니다. 나무 위로 연기가 피어올랐고, 기적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천둥보다 굉장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차가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들판은 날마다 자욱한 연기와 요란한 소리에 휩싸였고, 기차가 지나간뒤 얼마 동안은 메케한 냄새가 났지만 사람들은 곧 익숙해졌답니다. 1940년쯤 되자 작은 마을에도 집 앞까지 오는 편리한 버스가 생겨, 마을 사람들은 기차역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골역은 차츰 쓸모없는 곳이 되어 버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쓸쓸한 시골역을 찾아와서 이 곳을 사서 다시 아름답게 가꾸었습니다. 젊은이는 역 둘레 곳곳에 장미, 바늘꽃, 수국을 심었고, 치커리, 베고니아, 프리지어 씨았도 뿌렸고,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살았습니다. 젊은이의 형과 누나는 아내와 남편들을 데리고 작은 역에 놀러 왔고 오랜만에 작은 역은 활기에 넘치지요. 방앗간 주인들, 농장 아낙네들, 양치기 소년들, 거위치기 소녀들, 귀부인과 신부님이 기차 시간 맞춰 몰려나오던 때 같기도 해요. 조금은 그래요. 이 조그만 \'시골역\'은 우리에게 \'따뜻함이 느껴지는 고향,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 그리고 보고 싶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작가는 \'시골역\'의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 속에 모든 \'고향\'의 모습을 넣어 놓았습니다.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마도 자기 삶의 가장 아름답던 꿈이 거기에 담겨 있기 때문일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 즐겁고 행복했던 어린시절로 돌아가 그리웠던 친구들과 정겹던 고향마을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생각만해도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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